저PBR 종목군의 테마화 :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lovefund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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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금융당국의 상장기업 밸류업 정책 분위기 속에 저PBR 종목군들의 강세가 대단합니다.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순수 가치 종목’들의 상승이 반갑기도 합니다만 한편 최근 흘러가는 양상을 살펴보다 보면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들기도 합니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진 이번 이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옛날 옛적, 30여 년 전 저PER주 광풍과 저PBR 광풍

 

30여 년 전, 1992년 한국 주식시장은 본격적으로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그야말로 개인과 투신만이 주식시장의 수급 주체였지요. 그러다 선진 투자 기법을 가진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외국인 개방 원년이었던 1992년에는 저PER주 광풍이 불었고 다음 해인 1993년에는 저PBR주 광풍이 불었습니다.

 

당시 저PER주 광풍 때에는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이 10배 이상 급등하면서 테마화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다음 해인 1993년에는 저PBR주 광풍이 불면서 당시 만호제강과 성창기업이 폭등하며 당시 저PBR 종목들의 대장주로 부상하였었습니다.

 

최근 한국 증시 밸류업과 저PBR 종목들의 급등을 보면서, 30여 년 전 과거 증시 역사가 살짝 스쳐 지나가더군요.

 

 

■ 저PBR 종목들에 찾아온 수급 : 수년간 잊혔던 수급의 복귀 단, 개인은 없다.

 

소위 저평가 가치주들의 주가 흐름은 2010년대 후반 이전만 하더라도 그런대로 흥미진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 이후 모멘텀과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수급이 꾸준히 이탈하였고, 저평가 종목들은 그야말로 미운 오리가 되고 말았지요.

“좋은 건 알겠지만, 주가가 재미없으니 관심 없다. 그게 바로 밸류트랩이다”

 

이런 분위기가 증시에 가득하였고, 중소형주 뿐만 아니라 초대형주에서까지도 PER 5배 미만이고 PBR 0.5배 미만이며 배당수익률이 5%가 넘는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트리플 파이브’에 해당하는 종목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주가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수급은 꾸준히 이탈하였었지요.

 

그 절정은 작년 2023년 여름 이차전지 광풍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종목을 밸류에이션 감안하지 않고 팔아 이차전지 관련 종목으로 달려가면서 저평가 가치주들은 더 깊은 밸류트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정부의 상장사 밸류업 정책 추진과 함께 매우 극단적인 레벨에 있던 저PBR 종목들을 중심으로 급등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상승이다 보니 한편 이번 저PBR 종목군들의 강세가 과거 30여 년 전 1993년처럼 테마화 된 것은 아닌가 싶은 염려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저PBR 열기 속에는 개인투자자는 쏙 빠졌습니다. 이번에는 외국인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저평가 가치주들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1월 중순 이후 어제 2월 2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2조 3천여억 원 순매도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외국인 투자자는 2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강렬한 매수세를 보였고, 기관투자자는 3천여억 원 순매수하였습니다.

즉, 이번 저PBR 상승장에서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관련 종목을 매도하였던 것입니다.

 

[ 올해 저PBR 종목군들의 주가 급등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보여준다 ]

 

 

■ 긍정과 부정적인 면 : 제값 찾기 vs 단기 테마화

 

그런데 저는 이번 저PBR 강세장을 두 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면에서 종목들이 제값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점이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면에서 저PBR 강세장이 단기 테마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은 노파심입니다.

 

수년간 수급이 들어오지 않아 밸류트랩에 빠졌던 해당 종목들. 실적도 잘 만들고 배당도 꾸준히 내며, 자산가치 대비해서도 저평가되었지만, 회사 이름이 올드하다는 이유로, 성장에 대한 스토리가 잘 안 보인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에 들어갔었지요.

최근 저PBR 종목들의 강세는 제값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긍정적인 면입니다.

 

다만,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1992년 저PER주 광풍 그리고 1993년 저PBR주 광풍 때처럼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테마화 되고, 묻지 마 매수세가 들어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자칫 단기 테마화 되면 오랜만에 찾아온 저평가 종목들의 제값 찾기 과정은 불꽃놀이처럼 순간적으로 타오르고 그칠 수 있습니다.

 

이번 저PBR 종목군들을 중심으로 한 저평가 종목들의 반란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갑니다.

꿈과 스토리로만 주가를 평가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다시 기업가치로 주가를 평가하는 시대로 넘어가려 하는 지금이 우리 증시 역사에 큰 획을 그을지 시작점일지, 아니면 그저 한순간에 이슈로 그칠지 중요한 분기점에 위치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 2월 2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 미르앤리투자자문 대표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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