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질적으로 이전과 달라진다. 단, 급하면 말짱 도루묵.
설 연휴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지인과 통화를 하던 중 문득 이런 말을 그 지인에게 남기게 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말입니다. 10년 넘게 답답한 행보를 걸어온 한국 증시, 하지만 이제는 그 이전과 다른 흐름이 기대되는 즈음입니다.
다만, 자칫 이런 분위기가 과하게 반응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기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꿈이 주가 평가 잣대였던 시대가 만들었던 폐단 : 급등락 그리고 증시 제자리걸음
수년 전 코로나 시국이 한참이었던 2020년에 증권가에서는 PDR(Price Dream Ratio)이라는 주가 평가 기준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가를 미래 성장이라는 꿈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주가 평가 기준이었고, 성장주에 대한 기대를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함께 PDR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옛 걸그룹 SES의 노래 가사처럼 “드림 컴 트루~꿈을 현실”로 만든 성장주들은 엄청난 주가 상승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은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구분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당장 내일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회사들까지도 말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그야말로 못난이가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구분하지 않고 주식시장은 꿈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를 매우 박하게 평가하였습니다.
결국 주식시장은 극단적인 고평가와 극단적인 저평가가 공존하는 시장이 되고 말았고,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고평가 영역까지 올라갔던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면서 주가지수는 부침을 반복하였고 결국 제자리걸음만 크게 반복하는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만약에 꿈을 제시 못 했더라도 꾸준한 성과와 안정적인 배당 그리고 자산가치를 가진 종목들의 주가가 극단적인 저평가로 몰린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상승하고 있었다면, 주가지수와 주식시장은 은근슬쩍 저점을 지금보다도 강하게 높여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 기업가치가 꾸준히 반영된다면, 콘크리트 증시 바닥을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밸류트랩에 빠져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에는 제도적인 원인도 있었을 것입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굳이 주가가 부양되어야 할 명분도 약하고, 투자자들 또한 모멘텀 중심으로만 투자를 반복하면서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상장사들이 지주회사 전환과 물적분할 그리고 인적 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소액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훼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였기에 투자자로서는 장기투자보다는 모멘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증시 환경이 지속되었습니다.
“의리를 지키려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제도적으로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한국 증시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증시 저점을 올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주식시장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장기투자자도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안정되고 그 결과 주식투자의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지요.
제도가 급하게 바뀌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소액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면서 정확하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노력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꾸준히 바뀌면서 한국 증시는 근간부터 질적으로 바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투자자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미국 증시 수준의 질적 변화를 향해 걸어갈 수 있지요.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보다도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적어도 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3,000p 영역이 일상적인 시대가 되어있겠지요.
[ 주가지수와 PBR 1레벨 추이. 자료 분석 : lovefund이성수, 원자료 참조 : KRX ]
■ 다만, 급하면 후유증만 남는다 : 92년~93년 저PER,저PBR광풍 때처럼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주가가 평가되는 증시가 찾아오게 되면, 주가에 탄탄한 명분이 있기에 주식시장은 하방경직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저평가 종목들을 테마주화 하고 테마주였다는 이유로 주가가 10배, 20배, 100배씩 폭등한다면, 과거 1992년과 1993년의 저PER주 광풍/ 저PBR주 열풍처럼 큰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평가되었다는 주식이 급하게 상승하면 십중팔구 빚투 자금도 크게 늘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어느 순간 “빚내서 가치투자 안 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자리하겠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폭등장이 찾아오고 되레 ‘가치투자 버블’이 만들어진다면 시장은 오히려 이후 거품 붕괴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고 증시를 밸류업 하기 위한 정책들 또한 후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저는 시장이 천천히 변해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익숙한 사자성어처럼 과하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말입니다.
2024년 2월 8일 목요일. 독자님들 설 연휴 행복한 시간과 함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lovefund이성수 [ 미르앤리투자자문 대표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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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질적으로 이전과 달라진다. 단, 급하면 말짱 도루묵.
설 연휴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지인과 통화를 하던 중 문득 이런 말을 그 지인에게 남기게 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말입니다. 10년 넘게 답답한 행보를 걸어온 한국 증시, 하지만 이제는 그 이전과 다른 흐름이 기대되는 즈음입니다.
다만, 자칫 이런 분위기가 과하게 반응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기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꿈이 주가 평가 잣대였던 시대가 만들었던 폐단 : 급등락 그리고 증시 제자리걸음
수년 전 코로나 시국이 한참이었던 2020년에 증권가에서는 PDR(Price Dream Ratio)이라는 주가 평가 기준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가를 미래 성장이라는 꿈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주가 평가 기준이었고, 성장주에 대한 기대를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함께 PDR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옛 걸그룹 SES의 노래 가사처럼 “드림 컴 트루~꿈을 현실”로 만든 성장주들은 엄청난 주가 상승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은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구분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당장 내일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회사들까지도 말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그야말로 못난이가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구분하지 않고 주식시장은 꿈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를 매우 박하게 평가하였습니다.
결국 주식시장은 극단적인 고평가와 극단적인 저평가가 공존하는 시장이 되고 말았고,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고평가 영역까지 올라갔던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면서 주가지수는 부침을 반복하였고 결국 제자리걸음만 크게 반복하는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만약에 꿈을 제시 못 했더라도 꾸준한 성과와 안정적인 배당 그리고 자산가치를 가진 종목들의 주가가 극단적인 저평가로 몰린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상승하고 있었다면, 주가지수와 주식시장은 은근슬쩍 저점을 지금보다도 강하게 높여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 기업가치가 꾸준히 반영된다면, 콘크리트 증시 바닥을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밸류트랩에 빠져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에는 제도적인 원인도 있었을 것입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굳이 주가가 부양되어야 할 명분도 약하고, 투자자들 또한 모멘텀 중심으로만 투자를 반복하면서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상장사들이 지주회사 전환과 물적분할 그리고 인적 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소액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훼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였기에 투자자로서는 장기투자보다는 모멘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증시 환경이 지속되었습니다.
“의리를 지키려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제도적으로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한국 증시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증시 저점을 올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주식시장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장기투자자도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안정되고 그 결과 주식투자의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지요.
제도가 급하게 바뀌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소액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면서 정확하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노력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꾸준히 바뀌면서 한국 증시는 근간부터 질적으로 바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투자자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미국 증시 수준의 질적 변화를 향해 걸어갈 수 있지요.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보다도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적어도 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3,000p 영역이 일상적인 시대가 되어있겠지요.
[ 주가지수와 PBR 1레벨 추이. 자료 분석 : lovefund이성수, 원자료 참조 : KRX ]
■ 다만, 급하면 후유증만 남는다 : 92년~93년 저PER,저PBR광풍 때처럼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주가가 평가되는 증시가 찾아오게 되면, 주가에 탄탄한 명분이 있기에 주식시장은 하방경직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저평가 종목들을 테마주화 하고 테마주였다는 이유로 주가가 10배, 20배, 100배씩 폭등한다면, 과거 1992년과 1993년의 저PER주 광풍/ 저PBR주 열풍처럼 큰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평가되었다는 주식이 급하게 상승하면 십중팔구 빚투 자금도 크게 늘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어느 순간 “빚내서 가치투자 안 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자리하겠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폭등장이 찾아오고 되레 ‘가치투자 버블’이 만들어진다면 시장은 오히려 이후 거품 붕괴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고 증시를 밸류업 하기 위한 정책들 또한 후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저는 시장이 천천히 변해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익숙한 사자성어처럼 과하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말입니다.
2024년 2월 8일 목요일. 독자님들 설 연휴 행복한 시간과 함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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